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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생각의 지도
    도서
    생각의 지도 : 진중권의 철학 에세이
    진중권, 1963-, 천년의상상, 2012
    작성자 백성선 작성일 2014.01.11 최종갱신일 2014.01.11
    조회수 1475 추천수 0

    <생각의 지도>는 1년 동안 저자가 <씨네 21>에 연재했던 철학 에세이를 묶어 놓은 책이다. 철학자 존로크에 의하면, 오늘날‘에세이’라는 말은 주로 수필을 가리키나, 17세기 이후로 이 말은‘논문’까지도 포괄하는 의미로 폭넓게 쓰여 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 묶어 놓은 글들은 논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필도 아니며, 굳이 말하자면 논문과 수필을 뒤섞어 놓은, 아주 특정한 의미에서‘에세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에서는 ‘논문’이 배타적 표준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인문학의 미래는 철학적 논문과 인문학적 수필이 구별되지 않은 글쓰기로서‘에세이’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책이 구성되었던 연유와 저자에 대한 약력을 살펴보고 내용을 읽어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은 개별 에세이들의 소재를 선택하는 과정이 우연에 의하여 쓰여 졌던 내용의 유상성과 연관성에 따라 크게 10개의 주제로 나누어 분류하였다. 어떤 소재는 독서의 산물이고, 어떤 소재는 일상의 체험에서 나왔으며, 어떤 소재는 언론의 보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책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파편들의 몽타주로 이루어져 기억해야 할 부분만 표기한 한 장의 약도에 가까운 지도라고 표현 한 것이다. 에세이 쓰기는 일종의 지도학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저자가 이러한 내용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약력과 관련이 있다. 저자는 서울대 미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독일로 유학을 가기 전에 진보적 문화운동 단체였던 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의 간부로 활동했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어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하고 귀국하여 지식인의 세계에서나마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과 논쟁의 문화가 싹트기를 기대하며, 그에 대한 비판 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변화된 상황속에서 좌파의 새로운 실천적 지향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자를 대중적 논객으로 만든 바탕에는 탄탄한 논리, 정확한 근거, 조롱과 비아냥, 풍자를 뒤섞은 경쾌하면서 신랄한 그의 문장은‘진중권식 글쓰기,의 유행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미학오디세이」라는 책을 통하여 사회비판적 논객으로서가 아닌 미학자로서의 행보를 보여주었으며,‘미, 와‘예술, 의 세계라는 새로운 시공간을 선물한 귀중한 교양서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저작을 통해서 나타내고 보여지는 그의 인문적, 미학적 사유는 비트겐슈타인의 인식틀과 벤야민에게서 받은 영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으로 그는 개략적으로 철학사를 언어철학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탈근대의 사상이 미학에 대해 갖는 의미를 밝혀내는 글쓰기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의 목표는 철학사를 언어철학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것, 탈근대의 사상이 미학에 대해 갖는 의미를 밝히는 것, 철학·미학·윤리학의 근원적 통일성을 되살려 새로운 미적 에토스를 만드는 것, 예술성과 합리성으로 즐겁게 제 존재를 만드는 것 등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지난 온 과거를 이해하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알고 접근하는 것이 그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일반인으로서 미학적인 의미와 언어 구조주의 이론을 이해하기는 쉬어 보이지 않는다. 색다른 언어의 음색과 톤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깊고 깊은 의미가 저변에 깔려있는 듯이 느껴진다. 그런 언어의 색깔을 찾아내고 의미를 풀어가기에는 좀 벅찬 면이 없지 않아 보였다. 나타내고자 하는 의식과 단어의 키워드조차 무거운 인식과 의식을 가지고 천천히 살펴봐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앞서 얘기 했듯이 우연히 여러 가지 방법으로 걷어 올린 내용들을 10부로 나누어 묶어 놓은 책이다. 1부는 삶을 예술로, 존재의 미학에 관한 내용으로, 사람이, 세상이, 시대가 나를 옭죄어 올 때 스스로 자신이 되어야 한다.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한 줌의 오만함을 품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모든 존재의 의미와 답은 항상 내 안에 있다는 것이다. 2부는 미디어가 만드는 세계에 관한 내용으로, 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서는 미디어의 이야기를 이용할 것인지, 그들의 이야기에 이용당할 것인지는 내가 어떤 기준과 관점으로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디어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미디어를 부수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3부는 현실과 허구에 관한 내용으로, 현실이 끊임없이 요통치고 가상과 현실이 뒤엉켜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사실과 허구를 냉철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조종하는 대로 휩쓸려 흘러가게 된다는 것이다. 4부는 사실과 믿음에 관한 내용으로, 종교, 이념, 학문의 문제건 상대의 견해를 바꿔내는 힘은 통념에 기대서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끼리는 믿고 공유하는 문제라도, 다른 우리에게는 낯설기 짝이 없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믿음이라고 하는 벽은 이성과 논리로 두드려야 겨우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6부는 n개의 정체성에 관한 내용으로, 사람에게 색깔을 입히고 딱지를 붙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이 뱉은 말과 벌인 행동에 책임을 지는 일이다. 패거리 집단에 동요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비겁자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6부는 익숙한 낯섦에 관한 내용으로, 오래도록 관행에 젖어 익숙한 것은 편하다. 물론,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새로움 없이 익숙한 것에 젖어 있는 삶은 반복뿐이다. 그러나 익숙한 것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낯설게 바라볼 때, 의식하지 못한 것을 의식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것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새로운 사고의 가능성을 만날 수 있는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7부는 미의 정치성에 관한 내용으로, 대중은 누구의 얼굴이 되기 위해 몸에 칼을 대고, 누구의 몸매가 되기 위해 식욕을 억누른 채 구슬땀을 흘리는 노력을 열정적으로 하지만, 정작 자신의 외형에 만족하는 사람은 적다.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에 대해, 다시 사고해야 할 때라고 제시한다. 8부는‘존재에서 생성으로’에 관한 내용으로, 고인 물은 썩는다고 말한다.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사람은 고인 물이나 다름없다. 정지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제자리에 멈추는 건, 이 모든 기회를 무시한 채 주저앉는 셈이다. 감각을 다듬고, 창조의 가능성을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주장한다. 9부는 예술의 진리에 관한 내용으로, 예술은 아름다움만이 대상이 아니고 송곳 같은‘감각’을 되살려 예술의 숨어 있는 진리와 마주하라는 것이다. 작가 이름과 작품명을 줄줄 외워대는‘지각’으로 예술을 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10부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관한 내용으로, 인류 역사에서 기술 발전은 문명 진화를 선도해왔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라는 업적 또한 인간의 힘으로 이룩한 것임에도, 기술의 힘에 오히려 인간이 압도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발전과정과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이유이다.

    이상 10부에 관한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살펴보았다. 각 10부에 해당하는 소제들이 나열되어 있다.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가 또 다르게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세부적인 표현들이 다시 모여 크게 울타리를 이루고 중요한 핵심요소로 묶여져 있는 것이다. 철학 에세이로서의 관점과 저자에 관한 의식을 조금이나 이해하고 책을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저자가 핵심적인 요소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상상력을 내포한 창의적인 인간이다. 창의적인 존재가 되기 위한 자신의 의식과 소신을 갖고 성장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자기 사유의 판단을 조직하여 건넨‘생각의 지도’를 한 장 세상에 던진 것이다. 세상에 주어진 자신의 철학의 세계는 자기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서로 어긋나고, 때론 모순되는 다수의 관점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영원한 오답도, 절대적 정답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에 주어진 한 장의 지도를 펼쳐들고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창의적인 존재’를 만들어 가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나로부터 생겨나고 나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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