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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체제의 산물 혹은 조건으로서의 잉여
    도서
    잉여사회 : 남아도는 인생들을 위한 사회학
    최태섭, 웅진지식하우스, 2013
    작성자 지수 작성일 2013.12.24 최종갱신일 2013.12.24
    조회수 1350 추천수 0

    아래 리뷰에서 수없이 반복된 내용이지만, 책의 요지는 이렇다. 우리가 인터넷과 캠퍼스, 취업시장과 문화시장을 가로질러서 자조섞인 웃음을 띠고 바라보는 '잉여'란 자본주의 체제의 예상 속에 없었던(혹은 포착하지 못했던) 예외적인 존재이며, 이 예외의 산물을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때 일종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저자는 이 가능성이 과연 긍정적일지 혹은 부정적일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체제가 어떻게 그 '안에 속하는' 것들과 '바깥으로 배제되는' 것들을 만들어나가는지를 구조적으로 살펴보는 1부가 나름대로 계보적이고 역사적인 접근을 토대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모든 탐구 끝에 '우리들은 잉여다, 우리들은 가능성이다'라고 끝나는 마지막의 메세지는 의미심장한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이 책은 소외자의 이야기를 볼 때 항상 마주해야 하는 대전제인 '어떠한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한 범주는 그 이전 단계에서 '그것이 아닌 것'이라는 배제의 논리를 필연적으로 전제한다' '우리가 기피하고 혐오했었던 어떤 외재적 대상은 사실 우리 속에 들어와 있는 내재적인 존재이다'라는 진술까지는 효과적으로 증명해냈지만 결국 그 다음 부분에 있어서는 미완된 사유를 남기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잉여가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제가 잉여인데요?'라는 답변으로 유머러스하게 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잉여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이며, 그 안에서 어떤 가능성을 '어떤 방식으로' 찾아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엄밀한 접근이 요청될 것이다.  

     

    이러한 잉여의 개념화에 대하여 마르크스의 <자본>에 등장했던 '상대적 과잉인구'라는 개념을 끌어와도 좋을 듯하다. 현재 우리가 '잉여'라고 매김하는 주체들은 (문화적 측면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경제학적 측면만을 빼내서 본다면 이 <자본>속의 상대적 과잉인구(산업예비군)이라는 개념과 일정하게 중첩된다. 이들은 농촌의 산업화 과정에서 끊임없는 도시로의 임노동자화를 위해 잠재적으로 생산되거나, 대공업 시장에서 공장주들의 적시에 맞는 구조조정과 재고용을 위해 언제든 해고되거나 고용될 수 있는 존재로서 유동적으로 남아있거나, 혹은 생산능력조차 갖지 못해서 구제받아야 할 '피구휼빈민'으로 나뉘어지는 등 각자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다.

    자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들은 체제의 개편 사이에서 밖으로 내쳐진 배제된, 쓸모없는 존재(이자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잉여스러운' 산물)이지만 동시에 그 체제의 종속을 위해서(즉 자본의 집중 및 확대재생산을 위해-노동생산성을 증진시키고 노동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해)는 필연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일종의 조건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지점을 현대 사회 속의 '잉여'로 확대적용해 본다면, 잉여 향유층이란 결국 세계의 눈 속에서 단순히 내쳐진 존재라기보다는, 세계의 존속을 위해서 '내쳐진 존재로서 역할매김하도록 자리잡힌 존재'라는 다른 측면의 해석을 해 볼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한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다른 질문을 해볼 수도 있겠다. 과연 '잉여'는 자본주의 세계가 예상하지 못했던 예외적인 존재인가? 그것은 전제된 필연 속에서 가장하는 예외가 아닌가?

    이러한 관점에서 잉여를 다시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들은 배제된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이에요'라는 나이브한 차원의 접근이나 '우리가 잘못 산게 아니었어, 우리도 성장할 수 있어'라는 일차적인 자기위안을 넘어설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잉여는 경제학적으로 '의도된 자리매김'이라는 위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를 전복적으로 넘어서기 위해 '체제에 편입하지 않으려는 자조문화'를 결합시킨 복합적인 대상이 아닐까 한다. 또 이러한 지점에서 생각했을 때 비로소 '잉여는 가능성이다'라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서서 그 속에서 가능성의 차원을 어떻게 직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나름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거칠게나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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