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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기 우수리뷰] 브로콜리 -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도서
나의 삼촌 브루스 리 : 천명관 장편소설
천명관, 1964-, 예담, 2012
작성자 윤지혜 작성일 2012.08.24 최종갱신일 2012.08.24
조회수 1615 추천수 1

한편의 긴 장편영화를 본 것 같았다. 1편과 2편을 합해 800쪽에 달하는 긴 이야기를 재미있게 술술 써낸 작가 천명관은 가히 ‘희대의 이야기꾼’이라고 불릴 만 했다. 솔직히 말해 브루스리가 이소룡을 말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될 정도로 나는 평소에 무협이나 무술, 뭐 하여튼 이런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런 내가 이 두꺼운 작품을 술술 읽어 내다니, 이 작품의 흡입력은 진정 최고였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이소룡이 풍미했던 한 시대를 대차게 살아낸 인물들이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이별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고 좌절한다. 각 구역을 담당한 깡패조직들은 패기 넘치게 싸우고 충무로의 배우들은 제 2의 이소룡이 되고자 하는 열기로 몸을 던진다. 그들이 바라는 것들은 모두 달랐을지언정, -그 행동에 대한 가치판단은 제외하고- 그들은 모두 자기 자신의 삶에 ‘있는 힘껏’ 달려든다. 그러한 과정에서 이들은 현실의 장벽 앞에 주저앉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괴로워하고 아파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지나온 길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 고된 길이 있었기에 그들은 더욱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

 

이 작품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제각기의 ‘미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만큼 뚜렷한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있고, 이들은 나에게 각각의 다양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하다. 우선 ‘삼촌’과 그의 영웅 ‘브루스 리’는 내게 울지 않는 법을 알려주었다. 갖은 고난 속에서 힘들어하는 삼촌의 앞에 나타난 이소룡은 그에게 예의 코를 훔치는 듯한 동작,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주며 그를 일으켜준다. 그리고 삼촌은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아무리 힘든 상황일지라도 자신의 꿈,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놓지 않는 이소룡다운 멋있는 모습을 보여준다.-사실 이소룡이 왜 멋있는지는 그 쪽에 전혀 관심이 없어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소룡은 분명히 이런 식으로 멋있는 남자였을 거라고 추측해본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힘들어봤자 삼청교육대에서 죽음 직전까지 두들겨 맞고 사랑하는 사람의 처참한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며, 다른 방법이 없어 감옥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삼촌보다 힘들겠는가 싶은 생각에 나 역시도 씩씩하게 일어서게 된다. 삼촌 뿐 아니라 꿈을 간직하는 이의 희망을 지켜주고자 했던 마사장, 바람 같던 사나이 칼판장, 어린 시절의 치기어린 잘못을 늘 잊지 않고 반성하며 늘 삼촌을 지켜봐주던 나, 그리고 화려한 한 때를 스쳐지나간 종태와 토끼, 원정 등 이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아픔과 서로 다른 희망을 갖고 있으며 늘 힘들어하지만 그들은 모두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 그 삶이 바람직한 것이었든 아니었든지간에, 자신의 과거를 가끔씩은 돌아보고 한숨한번 내쉬긴 하더라도 끝까지, 그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간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한가지 공통점이라면 어딘가 시대의 흐름에서 한발짝씩 떨어져있다는 것이다. 깡패든 액션배우이든 잘나가는 중국집 사장이든 섹시한 여배우이든, 그들은 모두 화려했던 자신들의 한 때를 보내고 현재는 사회에서 반겨주지 않는 처지가 되어 사회 주류로부터 내쳐져있다. 그렇지만 내가 이들에게 감명을 받은 것은,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삶을 살아냈다는 것이다. 이들 중엔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고 현재진행형에 서있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앞으로의 모습이 어떠할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지치지 않고 끝까지 삶에 자신을 기투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과 함께 아마도 많이 힘들겠지만 아름다울 삶에 몸을 던질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천명관의 필체는 독특하지 않았다. 딱히 눈에 띄게 특이한 점 없이 그는 정직하게 소설을 써내려간다. 과장도, 감정의 과잉도 없이 그저 쓱쓱 이야기를 서술하고 그것을 읽는 나는 정신없이 그 문장들을 따라간다. 묵직하고 굵은 사건들을 힘차게 풀어가는 그의 필력이 상당히 놀라웠다. 이러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라면 그 어떤 독자를 만나든 사랑받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작품 중간중간 간간히 맛볼 수 있는, 안 그런 척 하면서도 은근히 재치 넘치는 표현들, 굉장히 내 스타일이었다^_^)*

 

“공산당보다 나쁘다는 건 도대체 어느 정도로 나쁘다는 것일까? 아무도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당시 공산당이라는 단어에는 뭔가 죽음이나 전쟁, 테러와 같은 섬뜩한 느낌이 있어(……) 올리비아가 공산당보다 더 나쁘다는 비교급을 사용했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상급의 효과를 주었다.”

 

“이소룡은 예의 당당하고 자신 있는 걸음걸이로 삼촌을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엄지손가락으로 코를 훔치는 듯한 동작을 하더니 손을 높이 들어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다. 그리고 삼촌을 향해 씩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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